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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만화 토지_박경리 원작,오세영 그림(만화여도 쉽지 않은 토지.그래도 추천)

by 순박한근로자 2018. 1. 22.

[책 리뷰]만화 토지_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만화여도 쉽지 않은 토지 읽기)


토지가 만화로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국사람 중에서 '토지'와 '박경리'에 대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토지와 박경리를 아는 모두가 토지 소설 전권을 모두 다 읽었을까요? 저는 그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즐기고 소설을 즐기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토지를 읽어보자"라고 생각하고 1권을 읽기를 시도하기를 여러번.

범상치 않은 하인 구천이가 흐느끼면서 산을 뛰어다니기도 하다가 별당아씨와 야반도주를 하는 부분까지. 이상하게 매번 새롭게 토지 읽기를 시도할 때마다 딱 그 부분 정도까지만 읽을 수 있었고 그 이후엔 도무지 더 진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참에 만화로 된 토지가 있다는게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만화임에도 토지는 읽기 쉬운 소설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고, 왜 그 동안 소설 토지 읽기가 어려웠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게됐습니다.


어려움1. 사투리가 가득한 대화들

"그까짓, 뜬제집, 무당년을 두고 내가 새 볼 성싶은가?"

"빌어묵을 제집년. 밤새도록 뚜디린 징짝 같은 낯짝 해가지고 소나아도 없는 년이 그런 ..."

"한 정기에서 팔촌 나더라고 촌수 멀어지는 것도 잠시니라..."

원작 훼손 방지와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만화책에서도 대화들은 모두 사투리로 가득합니다.

만화책임에도 이런 대화들을 읽다 보면 차츰 머리속이 하얘집니다. 한마디 한마디 잘 살펴보면 무슨 뜻인지는 대강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모든 대화들을 그렇게 이해하려 애쓰다보면 어느새 지쳐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청소년 토지'라는 소설도 별도로 있고 무려 만화책으로도 이렇게 나온거겠지만, 단순히 '만화'라고 하여 '어린이 토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 만화책을 안 본 사람일거라고 장담합니다. 어린이 수준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어린이가 보기에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어려움2. 많은 등장인물

처음부터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면서도 서로 관계가 생기고  사건들이 생기면서 그래서 대하소설이 된 것이긴 하겠지만, 처음에 읽었을 땐 멘붕에 빠지기 쉽습니다. 만화책 초반의 등장인물 소개에 모든 '스포'가 포함돼 있는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이해가 안된 채로 보다보면 오히려 그 스포가 담긴 등장인물 소개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습니다. 토지는 초반 진입 장벽이 높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한번 더 확고하게 들었습니다.


어려움3. 현실적인 상황 설정

 등장인물 소개에서 보면 참 안타까운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착하지만 불행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죽는 경우도 꽤 나옵니다. 물론 그런 점이 현실적이긴 하지만,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징벌을 받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형태의 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 부분도 읽기 쉽지 않은 점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현실적으로 표현했기에 더 가치가 있는 소설입니다. 다만, 토지를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단순한 재미를 위한 오락성 소설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고 접하는게 좋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4. 액션 장면 부족

이건 개인적인 어려움입니다. 토지에 대해 너무 무지한 채로 덤볐기에, 재미를 추구하고자 소설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토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무기가 구양신공을 펼치며 날아다니던 영웅문을 보다가 토지를 보니, 구천이 산속을 헤매고 뛰어다니면서 도술이라도 쓰기를 기대했다가 매번 그부분까지밖에 못읽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토지를 소설로 읽기 어려워했던 저로선 많이 고마운 '만화책 토지'입니다.

아무리 사투리가 어려워도 그림으로나마 상황을 절반은 이해할 수가 있고, 등장인물이 아무리 많더라도 일단 잘생기고 예쁘게 생긴 사람들이 대체로 주인공이고, 험상궂게 생기고 표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들은 나쁜 사람 이라는 만화의 공식을 어느 정도 적용해 준 덕분에 약간의 예상을 하면서 요주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토지는 워낙 이야기가 방대한 대하소설이다보니 한번 봐서 즉시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도 있을 수 있고,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는 상황과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번 읽을 수록 더 재미가 있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토지 소설 1권에서 구천이 뛰어다니는것만 보다가 매번 좌절하던 분이라면 일단 만화 토지로 시작해보고, 그 뒤에 소설 원작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