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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로드웨이]Dear Evan Hansen(디어 에반 한센) 뮤지컬(젊어지는 뮤지컬 트렌드)

by 순박한근로자 2019. 7. 30.

LGBT Pride month라고 불리는 6월이라 그런지 Playbill 제목도 무지개색.

[뉴욕 브로드웨이]Dear Evan Hansen(디어 에반 한센) 뮤지컬(추천:젊어지는 뮤지컬 트렌드)

운이 좋게도 뮤지컬 로터리에 당첨되어 보게 된 뮤지컬, 디어 에반 한센. 

* 참고: 아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로터리 페이지 링크를 모아둔 어플에 대한 글 링크입니다.

2019/08/04 - [미국_뉴욕] - 뉴욕 브로드웨이 로터리 퀵 링크-Broadway Lottery Quick Link(무료 어플 추천)

 

연한 하늘색을 배경으로 깁스한 소년의 포스터는 무슨 내용일지 짐작도 잘 안되어 호기심이 생겼었고 계속 한번쯤은 보고 싶은 뮤지컬이었습니다. 가끔 길거리에 청소년 여행객들이 에반한센 뮤지컬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하는걸 보면 무슨 내용에 감동해서 옷까지 입고 다닐까 싶기도 했구요.

Music Box Theatre

 

 

한동안은 3개월치 표까지 매진 됐을 정도로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핫한 뮤지컬이라고 들었는데, 로터리 당첨으로 매우 들떴었습니다. 2시간 넘게 공연을 보면서 앉아있을걸 감안해서 열심히 걸어다니다가 들어갔는데... 이런.

 

스탠딩석입니다.

제 자리를 못 찾아서 헤매고 있으니 이 번호 앞으로 데려다주고 서있으라고 안내해줍니다. 뮤지컬도 스탠딩석이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3시간 정도 몸을 배배꼬으며 서있었습니다.

남들 다 앉아있는데 혼자 서있으니 매우 잘 보임.

스탠딩석인게 좀 당황스러웠지만 앞사람 머리가 크든 앉은키가 크든 상관없이 무대는 매우 잘 보여서 좋았습니다.

"Does Anybody have a map?", "You will be found."

어차피 서있어야 하는 김에 기념품가게 구경이나 갑니다. 뮤지컬 시작 전에는 평범한 티셔츠, 인형들이었던 기념품들이 뮤지컬이 끝난 후엔 괜히 더 멋져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뮤지컬 시작 전엔 몰랐던 주옥같은 문구들.

무대의 '위'에 밴드가 있었습니다.

뮤지컬을 연달아 보다보니 밴드의 위치도 제각각인걸 눈여겨 보는것도 재밌었습니다. 이번엔 무대보다 높은곳에 밴드가 있습니다. 무대 뒤편으론 SNS를 연상시키는 디지털 화면들이 산만하게 배열돼있습니다. 뭔가 SF적인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봅니다만 미리 검색해보고 간 바로는 SF극은 아닙니다.(일상이 SNS로 점철된 요즘 현실이 이미 SF스러워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시작부터 젊음!!

뮤지컬 시작 시간이 되자, 무대위의 화면이 전화모양 스마트폰 아이콘으로 뒤덮이면서 시끄러운 각종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와우!!

뮤지컬을 하는 동안은 전화기를 꺼야하고, 사진 찍지말고... 가타부타 지루한 설명조차 없습니다. 아이콘과 소음으로 소란을 피우고 나니 사람들이 알아서 각자 전화기들을 끄고 자연스럽게 시작된 뮤지컬에 집중합니다. 오우, 트렌디한데?

어?! 주인공?

시작과 함께 주인공이 등장했는데... Pride month는 나를 위한거였나 봅니다. 스스로 차별 않고 선입견도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 에반 한센이 흑인 소년으로 나타나자 속으로 살짝 '어?' 했습니다. 이름이 백인스럽다고 생각했던건지 표지의 팔과 목을 보고 당연히 백인 소년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놀란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뮤지컬 초연 당시엔 백인 배우였더라구요) Frozen(겨울왕국) 뮤지컬에서도 엘사의 아버지인 왕이 흑인으로 나왔을때도 '어? 괜찮은가?' 라는 생각을 순간 했었던 적도 있었지요. 차별적인 생각들을 희석시키려는 브로드웨이 나름의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Does anybody have a map?

디어 에반 한센은 시작부터 좋은 노래가 많습니다. 사춘기 소년들의 방황을 묘사한건 많이 봐왔지만 그 부모들이 헤매고 속태워하는건 자주 못 봤던것 같습니다. 아이들 앞에선 강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부모들도 사춘기 소년들을 이끌어본건 처음이라 본인의 가르침에 매순간 의문을 제기합니다. 누군가 그 정답을 알려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Waving Through a window.

화려한 아크로바틱 안무는 아니지만 서로를 외면하는 동선과 동작들이 노래와 너무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의 외로움이 노랫말 속에 사무치게 뭍어납니다.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서 찌질 외톨이 주인공을 가서 안아주고 싶을 지경입니다.

Sincerely, Me

거짓 메일들을 작성하며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모습이 경쾌하고 코믹합니다. 어떻게든 실제처럼 말을 지어내려하면서 메일 작성을 번복하는 부분은 '어색한 미국표현' 유튜브 강의를 보는 느낌도 듭니다.

You Will Be Found

주인공이 자신의 외로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유튜브로 의도와 다르게(?) 퍼지면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그리는 부분입니다. 요즘 유튜브의 파급력을 보면 마치 SNS 등으로 인해 실제로 일어날것 같은 모습들을 잘 표현했습니다. 말 그대로 요즘이니까 이해되는, 요즘에 가능한, 요즘의 뮤지컬 장면이라 할 만한 부분입니다.

현실과 뮤지컬을 혼동시키는 #youwillbefound 태그

 

 

 

 

끝은 살짝 허무한듯 따뜻한듯 아쉬운듯 속시원한듯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조용하게 마무리되며 극이 끝납니다.

 

Finale

뮤지컬이 끝나고 허전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봐서 기분 좋아진 상태로 나오면, 한쪽에 사람들이 줄 선채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배우들이 나와서 사람들이 내미는 PLAY BILL 종이에 싸인을 해줍니다. 인기가 많은 뮤지컬인 만큼 기다리는 팬들도 많네요.

거친 반항아지만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코믹 연기까지 선보였던 코너머피(Connor Murphy)역의 Alex Boniello가 싸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인기를 얻어 뮤지컬화 되는 경우도 많고, 팬 층도 갈수록 젊어지는것 같습니다. 기존의 고전 뮤지컬과 다르게 신선한 소재들을 갖고 등장하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의 외로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것 같네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아싸가 갑자기 인싸가 되는 내용 등)

모든 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의 젊은이들의 그런 고민을 잘 묘사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고, 중심 소재가 쉽게 우울해질 수 있는 내용인데도 노래와 코믹 요소를 잘 버무린 덕에 전반적으로 밝은 무드를 유지한 잘 만든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뮤지컬 말고 '현재의 미국'적인 뮤지컬을 접하고 싶다면 디어 에반 한센을 추천합니다.